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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용기와 협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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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용기와 협치다 문제는 용기와 협치다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3의 도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확신에 기반한 용기다. 단순히 기존의 정책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기존 정책을 개혁하고 반대를 무릅쓰거나 설득할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오판, 정부의 오판

2018년 여름, ICO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본사는 지중해 작은 섬 몰타에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팀은 당시 내가 보기에 블록체인 관련 기술력이 좋아 보이지 않았고, ICO를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마케팅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였다. 기술에 대안 이해도가 낮은 나로서는 그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2020년 소위 불장을 맞아 급상승했고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오판이었다.

2018년 1월 소위 박상기의 난으로 불렸던 규제정책 이후 모든 가상자산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고, 그 추세는 2020년 대세상승기까지 지속되었다. 나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았고, 새로운 대세상승기가 도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Covid 19과 그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가상자산의 대세 상승을 이끌었지만 그걸 어떻게 미리 예상했겠는가?) 인내심이 부족했던 나는 그나마 개인적으로 조금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모두 처분했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오판이었다. 나의 오판은 모두 해당 프로젝트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이해와 관심, 실행력이 없던 나의 무지 또는 무관심 때문이었다.

현 정부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금지 등을 위해 ICO 및 IEO 전면금지, 거래소 폐쇄정책, 가상자산 사업자의 벤처기업 제외 업종 포함 등 일관되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 그동안 정부가 취한 정책은 기술로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특금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 관리하도록 만든 것 두 가지뿐이다. 그 사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역량을 잃었고, 전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도 감소했다. 정부의 오판(정책 실패를 오판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역시 가상자산 시장이 만들어낼 미래의 산업 변화에 대한 무지 또는 무관심 때문이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새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업권법의 제정 및 전담기구 신설, IEO를 시작으로 한 가상자산 발행의 허용, 5000만 원 이상 양도차액으로 과세기준 상향, NFT 시장 육성, 네거티브 규제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의 전환이 예고된 것은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이는 미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혜안이 생겼거나 확신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이재명 후보도 유사한 공약을 제시하였던 것을 보면) 2030의 표를 의식한 다분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바뀌고, 각부 장관을 비롯한 정무직 인사들이 새로이 임명되겠지만 특금법을 주관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법무부, 검찰·경찰 등 유관 정부기구의 구성원들인 공무원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새 정부가 현 정부 정책의 오판을 거울삼아 가상자산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새 정부는 용기를 내고, 협치로 정책을 실현시켜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당시 이를 강하게 비난했던 사람이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화 고속도로를 구축,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을 실현했고, 이는 우리나라를 정보통신강국, 문화강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화, 문화정책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제3의 도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확신에 기반한 용기다. 단순히 기존의 정책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기존 정책을 개혁하고 반대를 무릅쓰거나 설득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용기는 가상자산에 대해 개방적이고 친화적인 정책이 우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에서 시작한다. 2030의 표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는 지엽말단의 정책만 내놓을 수밖에 없고, 시장에서의 변화와 속도를 반영할 수도 없다. 미국, 유럽 등의 정책을 보면서 따라가지 말고 선제적인 진흥 정책과 이에 맞는 법령과 제도 정비, 그리고 예산 지원으로 그 용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플레이어들을 통해 무지와 무관심을 끊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새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그에 기반한 용기를 낸다면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제정과 전담부처(일명 디지털산업진흥청)의 신설이다. 가상자산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처를 확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의 기능과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예산을 확보해서 지원해야 한다. 인력은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민간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해 정책을 실현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정비 및 규제,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정책 정비, 과세 및 소비자·투자자 보호를 함께 정비하되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실행은 결국 입법과 예산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며, 향후 2년간 입법부는 야당이 다수를 점할 것이고, 야당과의 협치가 없는 2년이 지속되면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도 없고, 가상자산 시장의 정체 상태도 해소될 수 없다. 결국, 가상자산과 관련해 새 정부가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기업, 투자자, 거래소 등)들을 만족시키고, 디지털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정책의 실현은 확신에 기반한 용기와 야당과의 협치로부터 시작된다.

본 콘텐츠는 5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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